"미분"과 "적분"에 대하여 (고등학생시절의 소논문)
본인은 집 근처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학원에서 수업을 하다가 적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다.
사실 오래 전에 한 번 적분의 개념에 대한 정리를 끝냈던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당시 학급 친구들의 미적분에 대한 이해정도를 확인하는 소논문을 작성했었다.
설문지를 통해 이해정도를 파악했었는데, 그 때 사용했던 첫 번째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미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적분(부정적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간단히 쓰시오.
먼저, 적분에 대해서 설명을 하려면 크게 3가지 방식이 있을 것 같다.
- 원시함수를 구하는 것이다.
- 미분의 역연산을 하는 것이다.
- 미지수를 포함한 정적분(= 구분구적법, 리만 합)을 구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적분을 원시함수를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미분의 역연산이라는 표현은 사실 미적분학의 제1 기본정리에 가까운 표현이고, 미지수를 포함한 정적분이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미적분학의 제2 기본정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적분에 대해서 "넓이를 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적분구간에 변수를 포함하지 않는 정적분과 구별되지 않는 설명이기 때문이다. 또한, 적분은 넓이뿐만 아니라 선의 길이, 입체도형의 부피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자, 이제 위에서 언급했던 "미분의 역연산"이라는 표현에 주목해보자. 원시함수를 구하려면 미분의 역연산을 해야한다. 그렇다면 미분이란 무엇일까? 이번에도 3가지 대답을 할 수 있다.
- dy/dx (x에대한 y의 변화율) -> 일반화하여 표현하면: 변수들 사이의 변화율을 알아내는 것.
- 도함수를 구하는 것이다.
- 적분의 역연산을 하는 것이다.
변수들 사이의 변화율을 알아낸다고 설명하는 것이 미분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도함수를 구한다는 것도 정확한 표현이지만, "변화율"에 대한 설명이 직관적으로 드러나있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 적분의 역연산이라고 설명을 하는 것 또한 맞는 표현이지만, 순환 정의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되므로 피하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미분을 순간변화율 또는 접선의 기울기와 같이 표현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순간변화율이나 접선의 기울기로 미분을 설명하는 것은 단순히 x=c (단, c는 상수)에서의 미분계수를 구하는 것만을 의미한다고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다음과 같다.
미분을 한다는 것은 변수들 사이의 변화율을 알아낸다는 것이고, 적분을 한다는 것은 원시함수를 구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미분/적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메인 스토리다.
그런데 아직 미적분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들은 많이 남아있다.
설문지 이야기가 나온 김에 뒷 문항들도 끝까지 보도록 하자.
2. 정적분(= 구분구적법, 리만 합)으로 구한 도형의 넓이는 근삿값인지, 아니면 정확한 값인지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하시오.
구분구적법으로 구한 값은 근삿값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냈던 문제다.
풀이과정은 다음과 같다.
n등분하여 Upper sum한 식을 f(n), Lower sum한 식을 g(n)이라 하자.
그리고 도형의 진짜 넓이를 K라고 하자.
$ f(n) > K > g(n) $
$ \displaystyle \lim_{ n \to \infty } f(n) = K = \displaystyle \lim_{ n \to \infty } g(n) $
Upper sum으로 구한 도형의 넓이와 Lower sum으로 구한 도형의 넓이와 진짜 도형의 넓이 K값이 같으므로 정적분으로 구한 도형의 넓이는 정확한 값이다.
극한은 "어떤 값에 가까워지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분구적법으로 구하는 넓이는 진짜 넓이에 "가까워"지므로 극한값은 도형의 진짜 넓이와 같다.
은연중에 극한은 오차를 내포하고 있다 생각하고 근삿값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면 극한의 개념을 바로 알기를 바란다.
3. $ \frac{d}{dx}F(x) = f(x) $일 때, $ F(x) = \int_{a}^{x}f(t)dt+C $가 성립한다. 이 때, $ F(x) = \int_{a}^{x}f(t)dt+C = \int_{b}^{x}f(t)dt $를 만족하는 b가 항상 존재하는가? (단, a, b, C는 상수)
부정적분을 미지수를 포함한 정적분으로 나타낼 때 적분상수 C가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문제였다.
풀이과정은 다음과 같다.
F(x) = $ \int_{a}^{x}f(t)dt + C $ 에서 x=a를 대입하면,
F(a) = C = $ \int_{b}^{a}f(t)dt $ = F(a) - F(b)이다.
이 때, F(a) = F(a) - F(b)이므로 F(b) = 0을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F(x)는 x축과 만나지 않는 함수일 수도 있으므로 상수 b가 항상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지수를 포함한 정적분으로 어떤 함수를 표현할 때 적분상수가 필요하다는 것은 잊기 쉬운 사실이다.
적분구간에 있는 상수가 원시함수의 x값에 들어가면서 적분상수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주의하게 적분상수 C를 생략해버리는 것을 그저 하나의 작은 실수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혹시나 이 실수가 훗날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올 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까지 학생들이 놓치기 쉬운 미적분 개념들을 알아봤다.
- 미분/적분이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 극한값에는 오차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 미지수를 포함한 정적분에서 적분상수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가?
해당 소논문을 작성했던 고2때에도, 블로그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수학"이라는 학문이 단순히 기계처럼 문제를 푸는 지루한 행위가 아님을,
배우고자 하는 이가 수학의 "본질"에 대해서 진실로 깨우치기를,
그러고나면 이 학문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됨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